티스토리 뷰
20살 때부터 근 20여 년간 지겹게 반복하던 다이어트.
20~30살 사이에는 49~55kg를, 30~35살에는 53~58kg를 왔다 갔다 하며 보통체형을 힘겹게 유지해 왔는데
임신과 출산으로 73kg까지 쪘던 몸무게가 아무리 아무리 운동을 해도 58kg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먹는 것도 내가 먹고싶은만큼의 반만 먹는것 같은데 나이 들어서 대사가 떨어졌는지 야금야금 체중이 늘더니
63kg을 찍었다. 궁금해서 BMI 계산기를 돌려보니 비만!!!!!!
비만 이라니 내가 비만 이라니ㅜㅜ 아기가 밤새 수십 번씩 깨서 잠을 못 잘 때도 출근 전에 3km씩 달리고 출근하고 마음껏 먹지도 못했는데 내가 비만이라니!!!!!
너무나 억울하다ㅜ
하지만 약을 먹거나 관리실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약은 그동안 여러 종류 먹어봤지만 먹었던 모든 약들이 심장 두근거림이나 식은땀,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관리실은 효과는 그때뿐 안 가기 시작하면 바로 요요가 오는 걸 20여 년간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삭센다처방으로 오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봤는데 원장님께 물어볼 생각도 맞고 있는 직원들에게 물어볼 생각도 전혀 안 하고 있었던 건 그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만이라는 걸 알게 된 날 갑자기 삭센다처방이라는 접수메모가 계속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병원식당에서 삭센다를 맞는 직원들이 밥이 안 넘어간다 뭐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여러 번 들었었는데 그때의 난 밥이 안 넘어간다는 말이 전혀 좋아 보이지 않았다ㅎㅎ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었어서 입맛이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ㅋㅋㅋ
그날 그 직원에게 산 센다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했는데 가장 혹했던 대답은 "입맛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양이 줄고 맛있지만 더 먹고 싶은 걸 참을 수 있게 되었다"였다. 바로 처방받고 병원에서 약을 받고 싶었는데 우리 병원에서 원내 처방을 받는 것보다 처방만 받고 분당에 있는 약국에서 사는 게 싸다는 꿀팁까지 얻었는데 그날 분당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마침 약속도 있어서 이건 하늘의 뜻이다!!! 하고 3 펜을 처방받았다. 안 맞아봤으니 1 펜만 처방받으라는 직원들의 권유에도 이건 받아야 해!!! 이런 마음으로 밀어붙였다.
병원에서 처방받으면 13만 원이었던가 했던 것 같고 직원가로는 10만 원인데
근무 중인 병원에서 무료로 처방전 받고 분당 00 약국에서 8만 원 조금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했으니 돈 벌었다ㅎㅎ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약국에서 사면 보라색 보관 가방을 주길래 주겠지 하고 덜렁덜렁 빈손으로 갔는데 그냥 비닐봉지에 담아주셨다. 그날은 30도가 훌쩍 넘는 더운 날이었는데.. 그래서 밖에 더운데 이렇게 가져가도 되나요?? 물어봤더니 아이스팩만 하나 더 넣어주셨다ㅜㅜ
친구랑 저녁 먹기로 했는데 삭센다 때문에 집에 가야 할 판;;
마침 밖에 나왔더니 다이소가 보이길래 보냉 가방을 하나 사서 아이스팩과 삭센다를 넣어두고 밤늦게까지 놀았다. 그래도 색 변한 것 없이 괜찮았다. 냉장보관인줄 알고 졸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개봉 전은 30도 이하 실온보관 개봉 후는 냉장보관이다.
요즘 비대면 처방도 많이 받던데 그러면 최저가 약국을 찾아서 집 앞까지 보내준다고 하니 다음에 비대면으로 받아야겠다.
니들은 병원이나 약국보다는 쿠팡이 저렴하다.
삭센다를 맞고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당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나는 당뇨가 아닐까 할 정도로 부실하게 먹거나 안 먹은 날은 갑자기 손을 바들바들 떨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쓰러질 뻔한 적이 많아서 포도당 캔디나 초코바를 늘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검사해보면 당뇨는 아니었다) 삭센다를 맞고는 먹는 양이 현저히 줄었는데도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원래 당뇨 치료제였어서 그런 것 같다. 저녁을 굶고 열심히 운동하다가도 갑자기 쓰러질 것 같아 초코바를 꾸역꾸역 먹곤 했었는데 맞는 동안은 그런 일은 없었다.
삭센다를 맞기 가장 망설였던 것은 역시 직접 내가 아침마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거부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뚱뚱한 내 몸에 더 거부감이 들었어야 맞지 않았나 싶다. 한번 맞기가 어렵지 해보면 진짜 별것도 아니다. 바늘도 얇아서 뱃살을 꽉 움켜쥐고 놓으면 느낌도 안 들 때가 많다. 뱃살을 대충 잡은 날은 살짝 따끔한 정도? 주사 방법도 너무 헷갈려서 검색을 검색을 엄청 했었는데 진짜 별거 없다.
용량은 0.6으로 맞다가 내성이 생기면 점차 늘려가면 되는데, 처음에는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줄 알고 계속 늘려가다가 인터넷에 0.3으로 맞거나 용량을 늘리지 않고 맞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요즘은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조절하고 있다. 며칠 안 맞아봤는데 식욕이 당기지 않는다 하면 몇 주 끊었다가 안 되겠다 배고프다 하면 0.6으로 쭉 맞고 있다.
일주일씩 계속 증량하다 보면 괜히 몸에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삭센다가 1년간 장기투약해도 안전한 몇 안 되는 약이라고 원장님이 그러셨다. 하지만 최고 용량으로 계속 맞는다면 난 파산할 것 같다ㅎㅎ 한펜을 일주일이면 다 쓰던데..
지금은 한 달에 한펜정도 쓰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시중에 파는 다이어트약보다 저렴한 것 같다. 더 오래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펜은 오픈하면 한 달 안에 써야 한다고 한다.
배에 주사를 놓는다는 게 내가 거부감이 들었듯 남도 그럴 것 같아서 남편한테도 비밀로 하고 냉장고 구석에 꽂아두고 아침마다 몰래 놓고 있다. 내가 이짓까지 하면서 살 못 빼면 인간도 아니라는 마음으로 초반에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었는데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지 이젠 여기저기 나 삭센다 맞는다고 소문내고 다닌다ㅎㅎ
전 후 사진을 비교해 보면 정말 날씬해졌다라기 보다는 태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몸무게는 두 달간 약 4kg를 감량했는데 20대의 나였다면 두 달이면 8kg는 빠졌을 듯하다. 그만큼 30대 후반부터는 1kg 빼기나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이라도 삭센다를 맞게 되어서 다행이다. 처음에는 주사를 맞지 않으면 요요가 바로 올 줄 알았는데 위가 줄다 보니 이젠 아예 많이 먹지 못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한 달에 한번 마법의 날에는 위가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꾸역꾸역 계속 먹는다ㅜㅜ 그래서 다이어트 끝나고도 생리 전주에만 삭센다를 맞을까 생각 중이다.